세계 최초의 스텔스 전폭기 ‘F-117 나이트호크’(Nighthawk)가 여전히 비행 중인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지난 27일(현지시간) 군사 항공 전문 매체 더 에이비셔니스트(The Aviationist)는 여전히 하늘을 비행 중인 두 대의 F-117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이달 8~10일 사이 미국 네바다주에서 촬영된 F-117은 공식적으로 퇴역했다는 발표가 무색하게 삼각형의 특이한 외관을 빛내며 하늘을 날았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F-117은 공군 토노파 시험장에서 그룸 레이크 공군기지로 이동했는데, 기체 수리를 마치고 돌아온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그룸 레이크에 F-117이 있는 것은 상징적이고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네바다주 사막 한가운데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군사 기지가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나 음모론의 소재로 등장한 ‘에어리어 51’로, 이곳의 공식 명칭이 바로 그룸 레이크다. 에어리어 51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계기는 로스웰사건 때문이다. 1947년 미국 뉴멕시코주의 한 시골 마을인 로스웰에 UFO가 추락했지만 미국 정부가 이를 수습해 에어리어 51에 옮기고 비밀에 부쳤다는 바로 그 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에어리어 51에서는 U-2 및 SR-71 정찰기 등 극미 무기가 개발됐고 F-117도 1981년 이곳에서 처음으로 날아올랐다.
미 공군의 차세대 스텔스 전략폭격기 ‘B-21 레이더’의 할아버지뻘인 F-117은 세계 최초의 스텔스 전폭기로 시제기 5대를 포함 총 64대가 제작됐다. 특히 실전에 투입된 F-117은 항공전의 역사를 새로 쓰며 신화를 창조했다. 1989년 파나마침공을 시작으로 걸프전, 유고슬라비아 공습과 아프간 및 이라크전쟁에서 활약했으며 미국의 군사개입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해 명성을 떨쳐왔다. 다만 유고슬라비아 공습 당시 F-117 한 대가 구소련이 만든 SA-3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된 것이 유일한 오점으로 남았다.
이렇게 전장을 누비며 맹활약하던 F-117은 2008년 공식 퇴역을 선언하며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러나 미 공군은 오는 2034년까지 일부 F-117기를 활용할 계획을 세웠는데, 적의 스텔스기와 순항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미군 조종사의 훈련을 위해서다.
박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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